예전에는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아가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다 모였습니다. 고향의 기준은 태어나서 자란 곳, 출생 등록된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부모님과 어른이 계신 곳, 마음속에 그리워하는 정든 곳, 출생지와 성장지가 다른 경우에는 가장 오래 살았던 곳이나 기억에 남는 곳을 고향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고향을 단순히 태어나고 자란 물리적인 장소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의 경험과 정서적인 애착이 담긴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고향에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할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영적인 고향, 신앙의 고향입니다. 신앙의 고향 역시 물리적인 장소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거듭났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을 깨닫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중생(重生)의 체험이 있던 곳이 우리 신앙의 고향입니다. 추석 명절을 맞아 각자가 고향이라 여기는 곳으로 모이듯이, 이번에는 우리 신앙의 고향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처음 하나님을 만났던 곳, 처음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며 고백했던 곳, 가장 힘들고 낮은 곳에 있었지만 하나님의 구원을 체험했던 곳, 그곳이 우리 신앙의 고향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보면 인생의 위기를 만난 야곱에게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그의 신앙의 고향으로 올라가라는 말씀을 주십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도 신앙의 고향으로 올라가라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1. 하나님은 신앙의 고향으로 올라가라고 말씀하십니다. - 야곱에게 신앙의 고향은 벧엘이었습니다. 형 에서의 낯을 피하여 두려움 가운데 도망가다가 하나님을 만났던 벧엘, 그곳으로 올라가 하나님께 제단을 쌓으라고 말씀합니다. 지금 당하고 있는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처음 하나님을 만났던 신앙의 고향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만났던 곳, 하나님의 은혜를 처음 체험했던 곳, 그곳이 우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2. 야곱은 말씀에 순종하여 벧엘로 올라갑니다. - 하나님의 은혜는 말씀에 순종하는 곳에 부어집니다. 야곱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여 벧엘로 올라갑니다. 그냥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집안 사람에게 이방 신상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케 하며 의복을 바꾸어 입으라 명하고, ‘내가 환난 날에 내게 응답하시며 내가 가는 길에서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께 내가 거기서 제단을 쌓으려 하노라’라고 선언합니다. 감사하게도 야곱의 사람들은 모두 야곱이 말한 대로 행했습니다.
3. 신앙의 고향으로 올라가는 야곱에게 하나님이 은혜를 주십니다. - 지금 야곱의 상황은 주변 세겜 족속들이 야곱에게 복수하려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야곱이 신앙의 고향으로 가겠다고 하자 하나님이 그 사면 고을들로 두려워하게 하셔서, 야곱의 아들들을 추격하는 자가 없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무사히 벧엘에 이르게 하셨습니다. 벧엘에 도착한 야곱도 감속하여 제단을 쌓고 예배드렸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벧엘을 ‘엘벧엘’이라 부릅니다.
벧엘은 ‘하나님의 집’이란 뜻으로, 야곱이 처음 하나님을 만나고 루스였던 그곳 지명을 벧엘로 불렀습니다. 이제 다시 벧엘에 올라와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하며, ‘엘벧엘’, ‘벧엘의 하나님’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벧엘에서 그는 다시 하나님과 남은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이번 명절에 가족들과 모이는 곳이 우리 신앙의 고향, 엘벧엘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