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뜻을 세우는 것도 어렵지만, 초심을 지키며 지속적으로 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옳은 일, 선한 일, 좋은 일을 지속적으로 행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가 중도에 포기하기도 하고, 중간에 변질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월이 흐르면서 타인의 귀감이 되는 신앙으로 성숙해 가는 신앙이 아니라, 초심을 지키지 못해 추한 모습으로 마치는 사람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징조를 느낄 때, 우리가 고민해야 할 단어가 갱신, 개혁입니다. 뱀과 같은 탈피동물은 성장하면서 외골격이나 비늘과 같이 딱딱한 피부가 허물이나 껍질을 벗는 탈피를 하게 됩니다. 주기적으로 탈피하지 않으면 성장하는 몸을 감당하지 못하고, 상처가 굳어지면서 생긴 껍질이 유연성을 잃어버려 살아남을 수 없게 됩니다. 우리 신앙도 세월이 흘러가면서 세상에 오염되고 상처로 굳어지는 부분이 생깁니다. 고집과 신념, 자기합리화, 교만, 자기 의와 같은 것에 오염되고 상처 입어 초심을 지키지 못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탈피하여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신앙의 개혁입니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처럼,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고 변화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개혁(改革)의 한자 의미는 ‘가죽을 고친다, 가죽을 바꾼다’라는 의미입니다. 가죽을 벗겨내고 새로운 가죽을 입는다는 것은 외형적인 변화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엄청난 고통과 수고가 뒤따른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은 종교개혁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복음의 핵심 구절 중 하나입니다. 특히, 4절의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말씀은 신약성경에서 세 번(롬 1:17, 갈 3:11, 히 10:38)이나 인용된 말씀입니다. 하박국을 통해 처음 선포된 이 말씀의 배경을 먼저 살펴봅니다.
선지자 하박국은 이 세상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을 하나님께 질문하고, 하나님으로부터 답변을 듣는 형식으로 하박국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먼저 불의한 유다를 하나님이 심판하지 않으시는 것에 관한 질문에, 하나님은 바벨론을 통해 심판하실 것이라는 대답을 하십니다. 두 번째로 하박국은 악인을 통해 유다를 심판하시는 것이 정당한지 질문하고, 이에 대한 답변이 오늘 본문에 나타납니다. 선지자는 파수하는 곳, 성루에 서서 하나님이 무엇이라 말씀하실지 기다립니다. 그리고 하나님으로부터 응답을 받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명령이 나옵니다.
1. 이 묵시를 기록하여 판에 새겨 달려가면서도 읽을 수 있게 하라 – 하박국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알리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직접 계시로 현장에서 듣지 못한 자들도 알도록 해야 합니다.
2. 묵시의 실행이 더디게 느껴질지라도 기다리라 – 믿음으로 사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더디 응답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믿음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지 못해 믿음의 초심을 지키지 못하고 실패했습니다.
3.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라 – 세상을 보며 실망하면 안 됩니다. 나의 상황과 주변 환경을 보며 낙심해서도 안 됩니다. 믿음의 사람들도 세상과 주변 환경을 바라보면 회의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세상과 타협하고 처음 믿음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직 믿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올해는 종교개혁 509주년입니다. 종교개혁주일을 교회갱신주일로 지키기도 합니다. 우리의 신앙이 초심을 회복하고 갱신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