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6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휴전된 이후에도 70년이 훨씬 넘은 기간 동안 여전히 한반도의 허리에는 철조망이 드리워져 있고, 남과 북은 분단되어 서로를 적대시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곤 했지만, 이 노래마저 잊힐 상황이 되었고, 언제쯤 원한에 사무친 분단의 아픔이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도 20년간 깊은 원한으로 복수심과 두려움에 고통스러워했던 형제가 등장합니다. 야곱과 에서는 부모의 편애에서부터 갈등이 심화되었습니다. 장자의 축복기도를 받기 위한 속임수는 형제의 피를 부르는 원수가 되게 했고, 헤어져 살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분노와 두려움은 그렇게 헤어진 20년의 세월조차 없앨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오늘 본문에 보면 두 형제가 끌어안고 극적으로 눈물로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화해도, 용서도, 회복도 일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였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20년의 원한을 덮고, 저들을 화해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도 저들의 화해하는 모습을 통해 분열의 역사를 종식시킬 통일의 날을 소망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1. 진정한 화해는 낮아짐과 자아의 깨어짐에서 시작됩니다. - 에서는 4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야곱을 맞이하러 올라옵니다. 단순한 호위병 수준이 아닙니다. 20년간 헤어져 있어도 제거할 수 없는 깊은 원한에 의한 피의 복수가 예견된 상황입니다. 야곱은 얍복강에서 그의 허벅지 관절이 어긋나, 속임수와 교만으로 가득 찼던 자아가 철저히 깨졌습니다. 그리고 형을 향해 나아가며 일곱 번 땅에 굽히며 다가갔습니다. 에서의 마음이 녹고 화해의 역사가 일어난 것은 이와 같은 야곱의 깨어짐과 낮아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 진정한 화해는 인간의 잔머리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집니다. - 에서와의 만남을 앞둔 야곱은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만 온전히 신뢰하지 못한 인간적인 잔머리였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을 자신의 총알받이와 충격을 흡수할 범퍼로 이용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은혜를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께, 그리고 사람들에게 은혜받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은혜를 깨닫고 나니 맨 뒤에서 도망갈 생각을 하던 야곱이 맨 앞으로 나와 에서를 맞이합니다. 그래서 5절, 8절, 10절, 11절, 15절에 보면 은혜라는 말이 반복됩니다. 우리의 힘과 능력, 잔머리와 계획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결정적인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사람의 마음도 움직이고, 환경도 바꾸고, 역사도 바꾸어주십니다.
3. 진정한 화해는 하나님의 얼굴로 완성됩니다. - 화해를 이룬 후 야곱은 에서에게 “내가 형님의 얼굴을 뵈온즉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사오며 형님도 나를 기뻐하심이니이다”라고 했습니다. 야곱은 전날 밤, 얍복강에서 자신과 씨름하던 곳의 이름을 ‘브니엘(하나님의 얼굴)’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둠 속에서 두려움과 경외함으로 만났던 그 하나님의 얼굴이, 날이 밝은 뒤 자신을 품어주는 형 에서의 얼굴에 오버랩되고 있는 것입니다. 원한 가운데 있을 때는 나를 죽일 원수인 줄 알았는데, 화해를 이루고 나니 그 얼굴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보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도, 분단된 이 민족에도, 힘과 강압이 아닌 낮아짐과 자아의 깨어짐, 인간의 잔머리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원수의 모습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바뀌는 은혜가 있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