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독특한 문화와 환경 속에서 살아오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화 과정에서 경험하고 학습한 것 중에 어떤 것은 신념체계를 형성하고, 고정불변하며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여겨지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어떤 사물이나 사람, 혹은 현상에 대해 지나치게 일반화되고 경직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을 고정관념(固定觀念, stereotype)이라고 합니다. 고정관념은 때로 부정적인 편견이나 오해를 동반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게 되면 대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차별과 편견을 심화시켜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이 잘못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그것을 고치려고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에도 고정관념이 생기기 쉽습니다. 각자 신앙생활을 시작한 배경이나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 온 환경이 다릅니다. 신앙생활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신앙적 가치관이 생기게 되고, 모름지기 신앙은 이러한 것이고, 이러해야 한다고 하는 신념이 생기게 됩니다. 영적인 습관과 경건의 훈련으로 이어지는 좋은 신념체계는 신앙을 성장하게 하지만, 잘못된 선입견과 고정관념들은 신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 열여덟 해 동안이나 귀신에게 시달리며 허리가 굽어 펴지 못하고 살아오던 여인이 있는 것을 보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여인을 보시고 “여자여, 네가 네 병에서 놓였다”라고 하시며 안수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18년 동안이나 괴롭혀오던 귀신이 떠나가고 굽었던 허리가 펴지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좋았던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함께 기뻐하고 축복해 주어야 할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한 사람을 귀신의 속박에서 풀어주신 좋은 일을 잘못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삐딱하게 보며 어깃장을 놓는 일이 생깁니다. 회당장은 직접 예수님께 화를 내지도 못하면서 거기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분을 내며 꾸짖었습니다. 일할 날이 엿새가 있으니 그동안 와서 고침을 받을 것이지, 하필 안식일에 그런단 말이냐? 안식일은 일하지 않고 쉬어야 함을 모른단 말이냐? 이런 꾸지람입니다.
이 사람들의 불평과 투정을 들으신 예수님이 상황을 정리해 주십니다. 잘못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종교지도자들을 외식하는 자들이라고 꾸짖으십니다. 이 위선자들은 자기 집의 소나 나귀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서 외양간에서 풀어내어 다녀오지 않느냐는 겁니다. 집에서 기르는 가축도 안식일에 상관없이 풀어내어 이끌고 가서 물을 먹인다면, 가축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소중한 사람은 안식일이라도 고쳐주고 자유함을 주어야 할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여인을 귀신 들려 꼬부라진 부정한 여인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보았지만, 예수님은 이 여인을 아브라함의 딸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소중한 백성이라면 일분일초라도 빨리 귀신의 매임에서 풀어주는 것이 합당하지 않으냐고 반문하십니다.
이 과정을 함께 지켜본 자들은 무엇이 올바른 신앙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반대하는 자들은 부끄러움을 당하고, 온 무리는 예수님이 하시는 모든 영광스러운 일을 기뻐했다고 말씀합니다.
우리에게는 예수님께 고침 받고 자유함을 얻어야 할 고통이 없을까요? 또한 사람이든 사물이든 현상에 대해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없을까요? 주님의 은혜를 힘입어, 잘못된 고정관념을 버리고 신앙의 본질을 붙잡는 신앙이 되길 기원합니다.